2026 전기차 보조금 격차, 국산차 반격의 신호탄 될까?
2026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국산차와 수입차 간 격차를 최대 400만 원 이상으로 벌려놓으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성비 매력'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중국산 전기차와의 보조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번 정책이 현대차·기아의 시장 회복을 위한 기폭제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산차, 500만 원 이상 보조금 대거 확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2026년 전기차 보조금 지침에 따르면, 국산 전기차는 대부분 500만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확보했다. 현대차 아이오닉6 롱레인지와 기아 EV6 롱레인지는 구매보조금 570만 원에 내연차 전환지원금 100만 원을 더해 최대 670만 원의 국비 지원을 받게 됐다. 이는 올해 도입된 전환지원금 제도가 국산차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기아 EV3는 555만 원의 구매보조금에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더해 655만 원을 받으며, 중형급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준중형 이하 모델에서도 지원 폭이 유지되면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490만 원, 기아 레이 EV는 457만 원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전환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소형 전기차도 550만~590만 원의 국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구매가가 대폭 낮아지는 셈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보조금 정책은 단순한 지원금 증액을 넘어서,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전반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환지원금 제도는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동시에, 국산차의 기술적 우위를 보조금으로 보상하는 이중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입차는 100만~200만 원 선에 그쳐
반면 수입 전기차의 보조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졌다. 테슬라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가 420만 원, 폭스바겐 ID.4가 430만 원을 받아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하지만, 이 외 대부분의 수입차 모델은 100만~200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전기차의 타격이 컸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의 국고 보조금은 168만~21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BYD 돌핀은 최저치인 131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국산 주력 전기차 모델과 보조금 격차가 무려 5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격차의 핵심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 강화에 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의 고밀도 배터리를 사용하는 현대차·기아 차량은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는 반면,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LFP 배터리 차량은 등급이 하락했다. 이는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정부의 명확한 메시지로 읽힌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정책은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맞춤형 견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국산차를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저가 수입차에 대한 합리적인 차별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산 전기차, 2025년 돌풍 이어갈까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중국산 차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BYD는 한국 시장 진출 첫해에 6,000대 이상을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5년 1~12월 수입 전기차 등록 대수는 9만1,253대로 전년 대비 84.4% 급증했으며, 현대차·기아의 판매량 11만4,854대에 육박하며 점유율이 거의 절반에 달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성비'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2026년 보조금 격차가 최대 400만 원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이들의 가격 경쟁력은 상당 부분 희석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조금 격차가 중국산 전기차의 '가성비 매력'을 반감시켜 확산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는 보조금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자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체감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완전히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BYD는 2025년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9% 증가한 225만6,714대를 기록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고, 지커(Zeekr)와 샤오펑(Xpeng) 등 추가 브랜드들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보조금 불리함을 어떻게 만회할지, 혹은 가격 인하 등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올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현대차·기아, 반등의 발판 마련하나
현대차와 기아는 2026년을 전기차 판매 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00만5,000대로 설정했으며, 2030년에는 16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목표치 대비 각각 약 20만 대(25%), 40만 대(33%) 상향된 수치다.
보조금 격차 확대는 양사에 분명한 호재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 강화로 NCM 고밀도 배터리를 사용하는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전액 수혜가 가능해진 반면, LFP 배터리 비중이 높은 테슬라·BYD 등은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 주력 모델들이 최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업계에서도 2026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이 현대차그룹에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실제 판매 증가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보조금 혜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 혁신과 상품성 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치면 서울 기준 약 150만 원,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원의 추가 지원이 가능해 총 보조금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는 국산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구매 부담을 대폭 낮춰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결국 2026년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을 무기로 한 국산차와 가격·브랜드를 앞세운 수입차 간의 본격적인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