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세미, 9년 만에 베일 벗었다…29만 달러 가격에 업계 '술렁'

2017년 일론 머스크가 처음 공개했던 테슬라 세미 트럭이 드디어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최종 사양과 가격을 공개했다. 약 9년에 달하는 개발 지연 끝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기 대형 트럭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용 운송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테슬라 세미, 9년 만에 베일 벗었다…29만 달러 가격에 업계 '술렁'
테슬라 세미, 9년 만에 베일 벗었다…29만 달러 가격에 업계 '술렁'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나

테슬라는 롱레인지(500마일) 버전의 세미 트럭을 29만 달러(약 4억 2,340만 원)에 책정했다. 2017년 첫 공개 당시 18만 달러로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1% 상승한 금액이다. 스탠다드 레인지(325마일) 모델은 25만 달러(약 3억 6,500만 원)로, 주행거리 차이에 따라 4만 달러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사실 이 정도의 가격 인상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사이버트럭이 출시 당시 초기 발표가보다 크게 오른 전례가 있었고, 지난 9년간의 인플레이션과 배터리 원가 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롱레인지 모델이 40만 달러(약 5억 8,40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던 만큼, 29만 달러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라 볼 수 있다.

경쟁사 대비 압도적 가격 경쟁력

테슬라 세미의 진짜 강점은 경쟁사 대비 가격 우위에 있다. 2024년 기준 클래스 8 전기 세미트럭의 평균 가격은 43만 5,000달러(약 6억 3,525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2025년 모델의 중간값은 41만 1,200달러까지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와 비교하면 테슬라 세미는 경쟁사보다 약 14만 5,000달러(약 2억 1,170만 원)나 저렴한 셈이다.

일반 디젤 클래스 8 트럭의 중간가격이 17만 2,500달러(약 2억 5,18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11만 7,500달러(약 1억 7,155만 원)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전기료를 kWh당 0.18달러로 계산할 경우 약 4년 안에 초기 구매 가격 차이를 회수할 수 있으며, 최초 3년간 최대 15만 달러(약 2억 1,900만 원)의 연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마일당 운영비용이 약 0.30달러 수준으로,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 디젤 트럭보다 현저히 낮다는 계산이다.​​

최종 사양 공개, 두 가지 트림으로 승부

테슬라 세미는 스탠다드 레인지와 롱레인지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스탠다드 레인지는 325마일(약 523km) 주행거리에 공차중량 20,000파운드(약 9,072kg) 미만을 자랑한다. 롱레인지는 500마일(약 804km) 주행거리를 제공하지만, 더 큰 배터리 용량 때문에 공차중량이 23,000파운드(약 10,433kg)로 증가한다.

두 버전 모두 1.7kWh/마일의 전비 효율을 기록하며, 이는 일론 머스크가 2022년에 공언했던 수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파워트레인은 뒷차축에 장착된 3개의 전기 모터로 구성되며, 총 출력은 800kW에 달한다. 롱레인지 모델은 1.2MW 피크 충전을 지원해 약 30분 만에 60%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버전 모두 자율주행 기능을 염두에 둔 설계가 적용됐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인센티브 1억 6,500만 달러 확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의 HVIP(Hybrid and Zero-Emission Truck and Bus Voucher Incentive Project) 프로그램을 통해 약 1억 6,500만 달러(약 2,409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확보했다. 이는 최근 펀딩 라운드에서 예약된 약 1,000개의 바우처에 해당하며, 차량 한 대당 8만 4,000달러에서 최대 35만 1,000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HVIP는 2009년 출범 이후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무공해 트럭과 버스 보급을 위해 총 16억 달러 이상을 지원해온 프로그램이다. 테슬라가 확보한 금액은 2위 수혜자인 캐나다 버스 제조사 뉴플라이어(New Flyer)의 6,800만 달러(약 993억 원)를 크게 상회한다.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테슬라의 대규모 바우처 예약은 경쟁사들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자금 지급은 차량이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승인을 받고 실제 인도된 후에야 이뤄지며, 바우처 신청 당시 공개된 인증 기록에는 2024년 모델만 적격으로 표시되어 있어 후속 모델연도에 대한 인증 절차가 남아있다.​​

우버 프레이트와 손잡고 플릿 가속화

테슬라는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와 파트너십을 맺고 'Dedicated EV Fleet Accelerator Program'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운송업체들이 테슬라 세미를 구매할 때 추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구매한 차량과 운전자를 계약 기간 동안 우버 프레이트 전용으로 배정하도록 요구한다.

2개월간 진행된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총 394시간의 운행시간과 12,377마일(약 19,918km)의 주행거리를 기록했으며, 평균 순 에너지 소비량은 마일당 1.72kWh로 실제 운영 환경에서도 효율성이 입증됐다. 이 프로그램은 전기 트럭의 높은 초기 비용과 활용도 리스크,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됐다. 운송업체들은 테슬라의 기술 전문성과 총소유비용(TCO) 분석 지원도 함께 받을 수 있어, 전기 트럭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용할 전망이다.

네바다 공장 가동, 연 5만 대 목표

테슬라는 네바다주 스파크스(Sparks)에 세미 전용 생산시설을 건설했으며, 2024년 착공 후 2025년 말에는 거의 완공 단계에 도달했다. 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연간 5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는 2026년을 '세미 양산의 해'로 선언하며 본격적인 양산 돌입을 예고했다.​

2022년 말부터 펩시코(PepsiCo)를 대상으로 시범 인도가 이뤄졌지만, 지금까지는 제한적인 테스트 운영에 그쳤다. 테슬라의 세미 파일럿 플릿은 현재까지 총 750만 마일(약 1,207만 km) 이상을 주행하며 디젤 트럭 대비 낮은 운영비용을 실증했다. 약 6년간의 지연 끝에 드디어 시작되는 양산 체제가 상용 운송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시장 출시 가능성은?

테슬라 세미의 한국 출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테슬라 코리아는 FSD(Full Self-Driving) 기능의 한국 출시를 최근 예고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지만, 상용 트럭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의 대형 트럭 시장은 현대와 타타대우 등 기존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와 정비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 또한 한국의 도로 환경과 물류 체계가 북미와 상이하고, 국내 화물 운송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의지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상용차 전동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출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테슬라가 한국에 세미 충전 인프라와 서비스 센터를 구축할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국내 물류 대기업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가 향후 출시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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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